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각국은 다양한 방식의 탄소규제 정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세,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배출권거래제(ETS) 등은 글로벌 무역과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탄소규제의 주요 수단을 이해하고, 각 정책이 전 세계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탄소세란 무엇인가?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체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기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입니다. 일반적으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일정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으로 과세합니다. 이 제도는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세수 확보와 동시에 친환경 산업 전환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1991년 세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로, 2020년 기준 약 톤당 130달러의 고율 세금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석유 소비를 절반 이상 감축하고, GDP 성장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인 모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의 경우 2025년부터 ‘기후대응 탄소세’ 도입이 논의 중이며, 탄소가격 제도의 이중부과 방지와 기업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탄소세의 장점은 예측 가능한 세율로 인해 기업이 중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며, 단점은 산업계 반발 및 경쟁력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국제무역에서 동일한 제품에 국가별로 다른 세금이 적용될 경우, 불공정 경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가 CBAM입니다.
CBAM: 탄소국경조정제도란?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은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대표적인 탄소국경조정 제도입니다. EU 역내에서 강도 높은 탄소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역외 국가 제품에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제도입니다. CBAM은 수입제품에 대해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과세하거나, ETS와 동일한 수준의 인증서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2023년부터 CBAM의 시범운영이 시작되었고,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수소 등 고탄소 산업이 주요 적용 대상입니다.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탄소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며, 기업은 제품 단위 탄소배출 데이터를 제출하고, 그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합니다. 이는 유럽 수출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 있는 모든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유럽의 철강 수출국 중 상위권에 해당되기 때문에, CBAM의 적용은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탄소회계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양자 협상, 인증제도 정비 등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CBAM은 향후 미국, 일본, 캐나다 등 다른 국가에서도 도입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무역의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배출권거래제(ETS)의 글로벌 확산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 ETS)는 정부가 탄소 배출 총량을 설정한 후, 기업 간에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TS는 유럽연합이 가장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시행된 EU ETS는 전력, 제조업, 항공 등 주요 산업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배출권을 무료로 할당했지만, 점차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하면서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ETS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여 2023년 기준 톤당 100유로를 넘는 수준까지 도달한 바 있습니다. 중국도 2021년 전국 단위의 ETS를 출범시켰으며, 현재는 전력 산업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점차 다른 산업군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한국은 2015년부터 ETS를 도입하여, 현재 제4차 계획기간(2021~2025년)을 운영 중이며, 점차 유상할당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배출권거래제의 장점은 시장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비용 대비 효율적인 감축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며, 단점은 시장의 변동성, 가격 예측 어려움, 거래 투명성 확보 문제 등이 존재합니다. 특히 기업 간 정보 비대칭,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 등 제도적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ETS는 확산되는 추세이며, 각국 간 ETS 연계 또는 국제탄소시장 통합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는 탄소배출의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무역 장벽을 줄이고, 탄소감축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
탄소세, CBAM, 배출권거래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들 제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는 보다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제 탄소규제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술혁신과 감축 투자에 적극 나서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