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규제는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국가들은 각기 다른 경제 구조와 환경 목표에 따라 탄소 규제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와 탄소세, 그리고 아시아 주요국의 정책을 비교해 그 특징과 효과, 그리고 글로벌 탄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분석합니다.
유럽 탄소 규제의 선도 사례: EU ETS와 탄소세
유럽연합(EU)은 탄소 규제에 있어 세계적인 선도자로 평가받습니다. EU는 2005년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를 도입하여, 배출권 거래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시장 기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EU ETS는 현재 27개 회원국뿐 아니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까지 포함되어 있는 거대한 탄소 시장입니다.
EU ETS의 가장 큰 특징은 단계별 감축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배출 상한(cap)을 매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며, 이를 통해 시장에 공급되는 배출권 수량을 자연스럽게 감소시킵니다. 그 결과, 배출권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며 기업의 감축 유인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EU는 국경탄소조정제도(CBAM)를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으로, 역외 국가에서 생산된 고탄소 제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합니다. 이는 EU 내 산업 보호와 동시에 글로벌 탄소규제 확산을 유도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ETS 외에도 자국 단위의 탄소세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등은 이미 1990년대부터 탄소세를 시행해 왔으며, 세율도 높습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CO₂ 1톤당 약 130달러(한화 약 17만 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규제 조합은 유럽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한편, 녹색 기술 개발과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탄소 규제의 다양성과 도전과제
아시아는 다양한 국가들이 속한 지역으로, 각국의 경제 상황, 에너지 구조, 정치 체계에 따라 탄소 규제 정책도 매우 상이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대표 국가인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납니다.
중국
중국은 2021년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단위 ETS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2,000개 이상 발전소를 대상으로 운영 중이며, 앞으로 철강, 시멘트, 화학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배출 상한 설정과 감축 강도, MRV 체계의 투명성에서는 아직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본
일본은 국가 차원의 ETS는 없지만, 도쿄도와 사이타마현에서 지역 단위 ETS를 운영 중입니다. 2023년부터는 민간 기업 중심의 탄소 크레딧 거래소(Japan GX League)를 설립하여 자발적 감축을 촉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법제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
한국은 2015년부터 국가 단위 ETS(K-ETS)를 시행하고 있으며, 약 7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도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배출권 가격 변동성, 무상할당 비율 논란, 중소기업 부담 등 해결 과제가 있습니다.
인도
인도는 아직 ETS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탄소세 유사 제도로서 석탄에 대한 ‘청정 에너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ETS 시범사업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전히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강한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이로 인해 탄소 가격이 낮거나, 규제가 느슨한 편이며, 국가 간 정책 통합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와의 무역 관계, ESG 평가 강화, 투자 유치 조건 등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도 점차 탄소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에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탄소 규제 비교 분석
유럽과 아시아의 탄소 규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구분 | 유럽 | 아시아 |
---|---|---|
제도 성숙도 | 매우 높음 (EU ETS, 탄소세 병행) | 국가별 편차 큼 |
가격 수준 | 톤당 80~100유로 (고탄소 비용) | 톤당 5~30달러 (중저가) |
적용 범위 | 제조, 발전, 항공 등 광범위 | 산업 일부 또는 자발적 참여 중심 |
법제화 수준 | 강제력 높은 규제 중심 | 보조금, 시범사업 등 초기 단계 |
감축 목표 | 2030년 55% 감축 (EU 기준) | 2050~2060년 탄소중립 장기 목표 |
국제연계 | 국경탄소세(CBAM), EU 외 확장 중 | 국제시장 연계 미흡 |
이처럼 유럽은 탄소 규제를 경제의 핵심 구조로 통합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를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는 점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제도 성숙도나 강제력에서는 한참 뒤처져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시아의 탄소 규제도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국제 무역 환경, 투자자 요구, 다자 협약의 강화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은 단순한 감축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마련과 시행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제도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고, 중국은 세계 최대 배출국으로서 ETS 확대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결론
유럽과 아시아는 탄소 규제의 역사와 방식, 강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에는 탄소중립이라는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유럽은 강력한 규제를 통해 탈탄소 경제로 빠르게 전환 중이며, 아시아는 산업과 성장의 균형 속에서 점진적인 대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과 개인 모두 이 흐름을 정확히 인식하고, 탄소 규제 시대에 맞는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